마케팅 일지

스타트업 1인 마케터, 벌써 3개월

갸토 2024. 10. 13. 20:51

 

스타트업에 취업한 이후로 어딘가에 업무 기록이나 감상을 남겨놔야지 생각했는데, 벌써 다음주면 3개월차가 된다. 말로만 듣던 스타트업의 장단점이 실제로도 맞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나랑 업무 문화가 맞을지도 궁금했다.

 

마케터로서 일한 회사는 지금이 벌써 4번째 회사이다. 그 중 두 곳은 짧게 몇 개월만 일하기는 했지만, 모두 다른 스타일의 회사라서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다보니 중소기업, 대기업, 공기업, 스타트업 모두 경험했는데, 역시... 어느 곳에도 낙원은 없었다! 회사에서 별로 행복을 찾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그 중 가장 나은 곳을 찾을 때까지는 노력해봐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자유로운 분위기, 빠른 업무력(?) 향상이 떠오르는데 나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물론 사바사지만, 내가 다녔던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에서는 그런 점은 조금 더 어렵다고 느끼고 있고, 복지를 사용할 때도 조금 눈치가 보이는 부분이 있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인원이 적다보니 빌런이 있을 확률도 낮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직은 사람 자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다. (근데 업무 스타일이 안 맞는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있다.) 그래도 예전 회사들에서 항상 있었던 또라이 같은 사람들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면전에서 윽박지르고 사람들 앞에서 꼽주는 그런 사람은 없고, 앞으로도 입사 안 하면 좋겠다...!

 

회사 문화 외에 커리어적으로 만족감을 평가하자면,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아직까지는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경력을 계속 살려보고 싶다. 지금 회사도 일단은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입사를 하긴 했는데, 솔직한 의견으로는 스타트업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1인 마케터로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퍼포먼스 보다는 브랜드 마케터가 좀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근거를 바탕으로 비용과 시간을 아끼면서 일하는 게 본질인데, 현재 회사에서는 '돈은 많이 있으니 꼼꼼하게 따지지 말고, 일단 이것저것 빠르게 시도하자'는 게 기조인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마케팅을 경험하는 게 추후에 어떤 방향으로던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하는 업무는 답답한 면이 있다. 마케터 사수가 없다보니 다른 리더분의 방향성에 맞춰가고 있는데, 수긍이 되지 않는 판단이 종종 있어서 좀 힘들다. 근거만 있다면 일할 수 있는데, 저게 도대체 무슨 근거지 싶을 때가 많아서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감으로 일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어쨌든 3개월차 후기는 불평이 좀 많지만, 1개월차까지는 꽤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긴 했다. 이래서 이런 기록은 재깍재깍 남겨놔야 나중에 볼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선은 최소 반년은 채우자는 게 목표이고, 사람 일이라는 건 혹시 모르니 이직 준비는 미리미리 해놓으려고 한다. 너무 자주 회사를 옮기는 것 같아 혼란스럽긴 하지만, 예전 동료분들도 잦은 이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점핑하고 있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외국계에 가보고 싶은데, 역시 결론은 영어 공부 열심히 하자!!